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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Graphic : 그래픽 작업 이야기

Conversation with 장재우, 이지수 & 주형우

 

졸업쇼가 3주도 남지 않은 어느 일요일 저녁, 그래픽을 주요 요소로 작업한 남성복반의 3인이 모였다. ‘옷’과 ‘그래픽’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아래 서로 다른 취향과 작업방식을 가진 세 남자와 옷과 그래픽을 가지고 대화를 나눴다.

 

윤정: 안녕!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각자 지금까지 작업했던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나 주로 하는 작업에 대해 소개해주라!

 

재우: thisisneverthat에서 발매한 ‘코리안 좀비 콜라보 티셔츠’와 최근에 작업한 로고야. 나는 옷에 들어가는 그래픽을 만들고, 그래픽 하나하나에 엄청난 공을 들여 만들진 않아. 소개한 작업들 처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그래픽을 좋아해. 내가 그래픽을 하는 이유는 그래픽이 옷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옷을 디자인 할 때 실, 원단, 패턴, 컬러, 염색, 부자재 등이 필수적인 요소라면 나는 거기에 그래픽을 하나의 요소로서 추가하는 거지. 그래서 그래픽이 주가 되는 옷을 만든다기 보다 하나의 재료로서 시너지를 일으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상대적으로 간단한 작업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

형우: 옷의 만듦새나 디테일과 별개로 인쇄되는 이미지나 텍스트만으로도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옷들을 만드는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컸고 나도 이런 옷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내가 멋있다고 느꼈던 옷들을 볼 때랑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처음 무작정 혼자 유튜브를 찾아보고 여기저기 물어봐가면서 작업하게 된 게 지금까지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아. 재우랑 다르게 나는 컨텐츠에 대단한 주장이나 메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무언가를 담으려고 해.

지수: 나는 hivepark_kr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S+FE에 소속되어 있어. 글자 자체의 가독성보다는 타입의 형태 자체와 색감에서 오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서 작업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글자가 써지는 방식에 따라 형태의 변화와 형태들에 질감을 입혔을 때 보이는 화려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옷에 들어가는 작업의 경우, 졸업 작품과 세이프 업무 이외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가독성이 주가 되는 작업을 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픽디자인을 한다고 말하는 걸 조금 부끄러워해. 그래서 ‘그래픽 메이커’라는 중립적인 표현이 제일 적절한 것 같아. 여러 음악 장르와 영상 매체에서 보이는 소스를 시작점과 기반으로 아이디어 전개를 하고 있어. 결론은 포토샵으로 이것저것 하는 이지수입니다.

윤정: 각자 그래픽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어?

 

지수: 컨트롤 Z가 된다는 점. 되돌리기 하나로 된다는 점으로도 과감해질 수 있는 것 같아. 여러 시도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해볼 수 있으니까.

 

재우: 나는 그래픽만이 주는 느낌이 있는 거 같아. 근데 그 느낌이 어울리는 옷이 있고 안 어울리는 옷이 있어서 그 부분을 잘 고려해서 사용해야 할듯.

 

형우: 그걸 아는 게 감각인 것 같아. 난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옷의 만듦새와 별개로 오직 그래픽만으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당연히 잘 만든 옷 위에 잘 만든 그래픽이 더해지는 게 최고지만 간단한 구조의 옷 위에 인쇄되는 이미지의 쿨함이 원가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게 매력적이었어. 내가 20대 내내 좋아했던 옷들인 Supreme, Stussy,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의 GOOD ENOUGH부터 여러가지 프로젝트들, 니고(Nigo) 아저씨 까지. 이런 옷을 보고 자란 영향이 큰 것 같아.

 

윤정: 그럼 보통 작업할 때 과정이 어떻게 돼? 무작정 소스를 많이 모으는 편? 아니면 생각을 엄청 오래하고 필요한 소스를 찾는 편?

 

재우: 보통은 리서치를 먼저 하는데, 그래픽에 한정해서 리서치 하진 않고 이것저것 보다가 뭔가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만들어. 그리고 그걸 만들기 위해 유튜브 같은 걸로 방법 리서치를 따로 하는 편이야.

 

지수: 나는 주변 환경을 보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 같아. 예를 들어서 간판을 되게 주의 깊게 매번 보는 편 인데 거기서 ‘아, 글자들이 이런 식으로도 만져질 수 있구나’에서 출발해서 스케치를 잡고 포토샵으로 알맞은 질감을 찾는 작업을 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원하는 환경에 목업도 해보면서 적용범위를 찾아.

 

형우: 한 가지 아이템을 위한 이미지를 제작하는 과정이라고 가정 했을 때, 아이디어에 맞는 문구나 이미지들을 먼저 이것저것 가져오고, 여러 가지로 바꿔보고 더하고 삭제해 가면서 종이나 포스터가 아닌 옷에서 가장 멋있을 수 있는 디자인이 나왔을 때 인쇄해. 나도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항상 조금씩 있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느라 작업 하는데 꽤 오래 걸려.

 

윤정: 다들 대부분 유튜브로 배워서 하는거야?

 

지수: 유튜브로 찾아보는 게 제일 첫번째인 것 같아.

 

재우: 나도 거의 유튜브.

 

형우: 무조건. 나는 유튜브가 90%였어. 그리고 사실 잘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잘 안 알려주려고 해.
지수: 시작을 유튜브로 해서 내가 원하는 거에 근접한 걸 만들어내기까지 혼자서 연마해 나가는 것 같아.

 

윤정: 지금 지수는 포토샵 교육도 하고 있지 않아?

 

지수: 맞아. 아까 형우가 말한 것처럼 다들 그래픽 하고 싶어하는데 알려주려는 사람들이 잘 없어서 시작했어.
형우: 난 좀 무료로 알려줘라~

 

재우: 나도 배우고 싶다.

 

윤정: 선생님, 저도요.

 

지수: 하지만 삶에 무료는 없는 법.

 

윤정: (웃음)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많이 참고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나 브랜드 있어?

 

지수: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데이비드 루드닉(David Ludnik), 질감으로는 조나단 카스트로(Jonathan Castro), 옷으로는 The internatiiional! 데이비드 루드닉은 브랜드 ACRONYM의 그래픽을 거의 다 맡아서 한 디자이너야.

 

윤정: ACRONYM 옷에 그래픽도 있어?

 

지수: 어마어마해. 개인적으로 옷만 보면 우리나라 코에보(COEVO)와 콜라보한 제품 좋아하는 것 같아. 프로젝트로 만든 그래픽들도 너무 좋았고.

재우: 몰랐다 나도. 나는 요즘 나온 그래픽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할 수도 있고 대부분 브랜드들도 빈티지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그래픽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근엔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빈티지 아카이브를 주로 찾아봐 그리고 Stussy가 패턴을 잘 만드는 것 같아. 노마 텍스타일 디자인(NOMA t.d)에서 거의 해주는 것 같은데 멋지더라.

 

윤정: 빈티지 아카이브는 어디서 봐?

 

재우: https://www.defunkd.com/vintage-t-shirt-archive/ 아니면 e-bay.

 

윤정: 귀여운 것 많다!

 

형우: 옷에 프린트되는 이미지를 만드는 그래픽 디자이너 한정이라면 예전부터 Cav Emp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k8thing이 멋있다고 생각 했어. 티셔츠와 같이 비교적 간단한 경우는 브랜드보다는 아카이브나 연도 별 빈티지 옷들을 모아 놓은 책들을 많이 참고 하고, 브랜드 는 요즘 Online Ceramics가 재밌게 잘 하는 것 같아.

 

재우: 나도 Cav Empt 사이트도 많이 봐. 아카이브 정리를 잘 해놨어.

 

지수: https://tunicastudio.com/ 나는 여기도 추천하고 싶어. 매거진이라는 형식으로 이런저런 재밌는 걸 많이해. 개인적으로 저기 표지 디자인해 보는 게 꿈이야.

 

형우: 딱 지수가 좋아할 것 같다. 잘 어울리네.

 

지수: 내 교과서야.

 

윤정: 이번에 직접 옷을 만들면서는 어떤 걸 제일 많이 고려 했어?

 

재우: 난 원래 의미를 잘 넣지 않는 편인데, 졸업작품에는 주제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그래픽을 넣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래픽에 어느 정도의 의미는 들어갈 수 있게 작업 했어.

 

지수: 난 ‘Outpoint’라는 주제 자체가 외부에 중점을 둔다고 명시를 한 거라고 생각해. 재미있는 실루엣을 발견하기 보다 옷의 표면에 있는 그래픽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한 거고. 그래서 의미보다는 밸런스 자체에 중점을 많이 뒀어.

 

재우: 옷은 그냥 도화지구나.

 

지수: 딱 그거야. 바람, 먼지 등의 키워드도 아이템의 기능을 설명해줄 뿐 인거지, 대단히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형우: 나는 내 졸업작품이 스케이트보드 컬처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젊은 세대의 상징과도 같은 스케이트보더 들이 기꺼이 옷장에서 꺼내 입을 법한 쿨하고, 동시에 컬렉션과 잘 어울리는 최소한의 의미가 담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 했어. 아까도 말했듯이 컨텐츠에 최소한의 무언가를 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리고 대단히 재밌는 요소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저들을 위한 쇼에는 1번 재활 센터로고, 친구들한테는 2번 f&f(Friends&Family).

지수: 형우가 얘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나도 이번에 그래픽 만들 때 코딩을 동원해서 키보드로 쓴 글자둘이 하나의 문양이 되는 실험을 해봤어.

 

윤정: 그게 어떻게 되는거야?

 

지수: 저 중간에 있는 그래픽이 코딩으로 쓴건데, 자판에는 세줄이 있잖아, 한줄은 네모, 두번째 줄은 선으로 된 네모, 마지막 줄은 공백으로 해서 입력하면 저렇게 나와. 이해가 되려나?

윤정

 

지수: 결론, 이상한 짓 해봤다.

 

윤정: 웃음) 언젠가 꼭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옷을 만들면서 직접 프린트를 했잖아. 과정 좀 설명해줘!

 

재우: DTP(Digital Textile Printing}, 전사, 실크스크린 – 보통 이 세가지를 이용하는데, DTP는 원단 자체를 업체에 맡겨서 진행하고, 전사는 필름지에 그래픽을 인쇄해서 옷에 붙이는 방식이야. 그리고 실크스크린은 전용 판을 만들고, 재단물 위에 잉크를 이용해서 프린팅을 하 는 방식이고, 한번 할 때 한가지 색 밖에 못해서 컬러가 다양할 경우엔 적합하지 않아. 나는 실크스크린이랑 열 전사를 사용 했어

 

지수: 나는 세 개 다 했어.

 

형우: 나는 실크스크린만, 근데 조만간 전사도 해야 돼. 재우 말에 덧붙이면 DTP랑 실크스크린 결과물에는 질감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 실크스크린도 여러 색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고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 같은 학생작 에서는 조금 힘들긴 하지.

 

윤정: 어느 부분이 제일 어려워?

 

재우: 판을 여러 개 떠야 하는 게 일이야. 그리고 잘 맞춰서 찍어야 하고, 특히나 재봉을 하고 나면 프린팅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지수: 냔 바인더랑 잉크 점도 맞추는 게 어려웠어. 너무 묽으면 폴리 원단에는 번져.

 

재우: 아 인정. 특히 유성잉크는 기름으로 판을 닦아야 해서 너무 귀찮아.
형우: 수성잉크 강추~
지수: 그래도 착색 만큼은 유성이 대박이라 포기하기 어려워.

 

윤정: 하면서 요령이 좀 생겼어? 꿀팁 좀 알려줘봐.

 

재우: 농도를 잘 맞춰야 돼.

 

지수: 맞아, 크림 같은 농도가 있어. 딱 떠서 봤을 때 딸려 올라가면 얼추 맞더라고. 그 무거운 느낌이 있어. 저을 때 좀 무겁게 저어진다 이런 게 있어.

재우: 페인트 같은 느낌.

지수: 그냥 바인더 많이 넣으면 되는 것 같기도.

 

윤정: 그래픽을 가지고 졸전 해보니까 어때? 할 만 했어? 느낀 점!

 

지수: 못할 짓이야 …… .

 

재우: 공감. 재미는 있었는데 회사 들어가면 공장에 맡길 일들을 다 하다 보니까 할 게 많아서 귀찮아.

 

형우: 나 그래도 꽤 재미있었는데. 김승현 교수님이 이런 종류의 옷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셔서 편하게 한 것 같아.

 

지수: 맞아, 나는 혼자 핸들링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서 좋아. 나염, 전사, DTP를 다 해보니까 핸들링할 게 너무 많긴 했는데 결국엔 능력치가 올라갔다고 해야 하나.

 

재우: 맞아. 약간 레벨업한 것 같아. 직접 해보니까 이해도가 높아졌어.

 

형우: 그리고 나는 인쇄되는 이미지 만으로도 옷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진 것 같아.

 

윤정:오 멋진 말이다. 그럼 다들 졸업하고 그래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거지? 어떤 겉 하고싶어?

 

재우: 나는 옷을 할거야. 그래픽을 넣을 뿐. 옷을 만들 건데 그래픽이 들어가는 작업도 하고 안 들어가는 작업도 할거야. 일단 옷이 먼저!

 

형우: 나도 재우 말에 동감.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처럼 옷에 인쇄되는 멋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수: 나는 지금처럼 프리랜서 계속 하연서 옷이든 어떤 분야든 다 하지 않을까? 그래도 음악 산업 쪽에 더 가까이 있고 싶어.

 

윤정: 음악 산업 쪽은 어떤 것을 해?

 

지수: 앨범커버를 만들거나, 콘서트 포스터나 개인 아티스트 브랜딩 같은 일!

 

윤정: 다들 멋있어. 마지막으로 셀프 홍보하면서 마무리하자!

 

재우: 안녕하세요, 쉽게 만들고 쉽게 쓰일 수 있는 그래픽을 만들어요. 제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jyeahwoo

 

지수: 안녕하세요. @hivepark_kr입니다. 같이 재밌는 작업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우: 패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함께 멋있는 작업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hehd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