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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Knitting : 뜨개하는 방

Interview with 서정원 & 정유빈

 

코로나19로 학교 강의실 사용에 제한이 생기면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잃었다. 누군가는 재봉틀을 샀고, 누군가는 외부 작업실을 구했다. 이들 사이에서 유유히 자리들을 옮겨 다니며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니터(knitter)들이다. 아트-투-웨어반 두 명의 니터들에게 작업과정과 작업실 소개를 부탁했다.

 

서정원 안녕, 나는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18학번 서정원이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학에 온 지금까지 단 한번도 도시에서 살았던 적이 없었어. 항상 주변에 풀과 나무들이 무성한 자연과 근접한 곳에서 자라왔고, 자연스레 사람들이 북적이는 복잡한 도시보다는 느긋하게 흘러가는 자연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래서 자연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들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으로, 곤충에 달라붙어서 기생하는 오피오코르디셉스(Ophiocordyceps)라는 곰팡이를 주제로 컬렉션을 하게 됐어.

나는 1학년때부터 항상 텍스타일 수업에 가장 흥미를 느꼈고, 학교를 다니면서 쭉 독특한 소재나 색감을 사용하는 작업들을 해오다 보니 그게 내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게 됐어. 니트는 입체적이고, 색감과 질감을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 남들과 차별화된 나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 또한 아트웨어를 하다 보니 작업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자 했어. 직접 그린 이미지를 가지고 노트북과 수편기를 연결해서 기계에 무늬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니트를 짜거나 종이 패턴과 니트를 대가면서 감으로 손뜨개를 하기도 했어. 그리고 니트에 와이어를 넣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늘어나는 니트의 특성을 가지고 원하는 모양대로 늘린 상태에서 레진을 발라 딱딱하게 굳히고 실리콘과 니트를 결합하는 등의 일반적인 옷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해봤어.

 

손뜨개는 장소의 제약 없이 아무 데서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학교에서 작업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하지만 가끔은 오랜 시간 방안에서 혼자 작업을 하는 게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어. 작업 장소 중 테라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테라스에 나와 바깥 공기를 맡으며 좋아하는 영상이나 노래를 틀어놓고 손뜨개를 하면 기분이 좋아.

사실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시간적인 제약이었어. 조각이 많은 옷인데다가 게이지 계산을 하고 무늬도 넣으려니 들이는 시간에 비해 결과가 빨리 빨리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고, 디자인을 수정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아쉬웠어. 사실 니트에 대한 지식이 많은 상태에서 작업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어려움들이 많았는데, 특히 수편기는 기초만 배운 상태에서 거의 독학으로 작품을 해내야 해서 실패도 많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던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많아서 이번 작업이 끝나면 좀 더 배워서 실험적이고 완성도 높은, 웨어러블한 니트를 만들어 보고싶어.

정유빈
나는 니트와 도자기로 작업하고 있는 정유빈이야. 이번 컬렉션은 현재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의 재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탐구였어. 니트와 도자기를 연결하고, 도자기에 작은 소품들을 연결하면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

니트는 원단의 조직을 0부터 내 마음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작업 방식을 설명하자면, 먼저 내가 한 디자인을 원하는 색의 실을 찾고 원단으로 가봉한 패턴에 맞춰서 대바늘로 뜨개를 시작해. 편물에 들어가는 무늬는 사실 떠 가면서 느낌에 따라 넣었는데 대부분 안뜨기와 겉뜨기를 교차해 사용하는 간단한 무늬를 사용 했어. 패턴을 따라 조각조각 뜨고 나서 완성한 편물 조직에 다른 질감의 실로 장식하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도자기를 실로 연결해서 완성시켰어. 하면서 생각보다 마음에 딱 드는 실을 찾는 게 어려웠고, 뜨개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힘들었어. 실컷 열심히 떴는데 실수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의 그 망연자실함 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 수행하는 심정으로 실을 풀면서 슬픈 마음을 다스렸던 것 같아.

원래부터 나는 학교보다 집에서 작업하는 걸 더 선호해. 학교에서 작업하기 싫어서 미싱 대신 손바느질로 재봉했던 적도 있어. 요즘에는 자취방 책상 겸 식탁 앞에 앉아서 주로 작업하는데, 이때 필수 아이템은 아이패드야. 편안하게 입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하염없이 뜨는 걸 좋아해. 작업하다가 너무 졸리면 가끔 침대에 앉아서 뜨기도 해.

생각한 것처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거나 결과물에 확신이 없어서 답답할 때도 많았지만 작업자로서의 나를 만들어가는 첫번째 단계로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 더 배우고 싶고 앞으로 많이 시도해보고 싶은 방식이 많아. 이번에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도자기와 니트를 연결했지만 다음에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두 가지 재료를 활용하는 것을 연구해보고 싶어. 무엇보다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