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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환경을 생각한 디자인

2022

Interview with 99학번 이경재 of 대지를 위한 바느질

 

“2008년 개인 사업자로 시작해 2010년 법인 전환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어요. 환경과 패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고요. 주요 사업은 에코 웨딩, 에코 유니폼, 그리고 에코 스포츠 웨어입니다. 모든 프로젝트를 친환경 컨셉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학교 생활과 ‘대지를 위한 바느질

 

학교에 다닐 때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어요. 장애인, 노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과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졸업 후, 그린디자인 대학원에서 환경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되었죠.

환경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는지,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만들고 잘 파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책임을 수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예전에는 유행하는 컬러와 실루엣이 디자인의 중심이었다면, 대학원 이후로는 환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어요.

“이 옷이 정말 필요한가?” “그냥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지고, 그다음에 실루엣과 컬러를 고민하게 됐어요. 대학원 때 생분해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들면서 에코 웨딩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시 작은 결혼식’을 기획하며, 획일화된 결혼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이후 에코 웨딩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지만, 작년 웨딩사업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10년을 새로운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HED+’의 시작

 

웨딩 사업과 함께 유니폼 사업을 작게 운영하고 있었는데, 2020년부터 유니폼 쪽에 더 집중하기로 하면서 ‘HED+’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미국에서 먼저 시작하고, 한국에는 2021년 12월에 첫 런칭을 했죠. 친환경 유니폼 브랜드로, 특히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병원복은 소비자와 착용자가 다른 제품이에요. 병원 기획팀이 구매하지만, 실제로 착용하는 사람은 의료진과 환자죠. 그래서 대부분 관리가 편리하고, 저렴하며, 내구성이 낮은 옷이 많아요. 부모님이 입원하셨을 때, 병실에서 아버지를 찾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헐렁하고 허름한 병원복이 더 아프게 느껴졌죠. 그래서 병원복도 치료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HED+’는 ‘Happy Earth Day+’의 줄임말이에요. 환경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튼튼한 옷을 만들어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요. 봉제 방식을 바꿔 교체 주기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버려지는 양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좋은 디자인이란?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에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정이죠. 특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고민하면서, ‘100% 친환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에 비해’, ‘무엇과 비교했을 때’라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해요. 100% 친환경을 실현하려면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우리가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에요.

좋은 디자인이란, 그 시대에 가능한 최선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을 위해 알아봤는지, 알면서도 외면하지 않았는지,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요소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환경 친화적인 디자인을 실천하는 방법

 

환경 디자인을 실천하려면 **LCA 시스템(Life 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을 공부해보길 추천해요. 기획부터 폐기까지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분석하고, 디자이너로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거죠. 기존 옷과 친환경 옷의 제작 과정은 비슷하지만, 작은 차이가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당장 전 과정 평가가 어렵다면, 지금 가능한 것부터 실천해보세요. 제로 웨이스트 패션을 연구하거나, 오가닉 코튼·대나무 섬유·PLA 같은 친환경 소재를 조사하고, 직접 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졸업 후의 길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첫 직장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거예요. 어디서든 배울 점이 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솔직하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대기업은 월급이 많고 안정적이지만,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어요.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더 넓은 영역을 경험할 수 있죠.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원사부터 다루는 회사를 경험해보길 추천해요. 실을 발주하고, 원단을 짜고, 염색하고, 후가공을 거쳐 최종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이해하면, 나중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거든요. 반대로, 누군가 제공해주는 원단만 사용하다 보면 기획력을 키우기 어려워요.

디자인의 전 과정을 경험하며, 넓은 시각을 가지길 바라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