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Words by 이니플래닝 대표 80학번 김경희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업을 하는 친구들도 물론 있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기업 디자인실 혹은 브랜드에서 어느 정도 근무한 후에 창업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나 톰 포드(Tom Ford)도 그랬듯,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며 조직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 소비자의 니즈 등을 경험한 후 창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굳이 바로 본인의 것을 시작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다면, 이 모든 것을 경험한 후에 창업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과 100% 일치하는 브랜드를 찾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사실 내가 만든 브랜드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컨셉을 가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본인의 성향을 고려해서 첫 회사 혹은 첫 브랜드를 선택하고, 어느 정도 장기 근속을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본인이 근무하는 브랜드가 주장하고 있는 컨셉, 그리고 본인이 잘하는 혹은 좋아하는 컨셉이 트렌드와 잘 맞아서 판매가 잘되다가도 새로운 트렌드가 오면 정체기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소비자의 옷장에서 트렌드가 돌고 돌아 다시 유행하게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가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그 흐름을 지켜보고, 그 브랜드의 컨셉과 트렌드, 소비자의 흐름을 잘 버무리는 능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과 태도가 좋은 사람 중 어떤 인재를 선호하느냐는 앙케이트를 실시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99%가 후자를 택했다고 해요. 1인 기업이 아니라 조직이다 보니 다소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임하는지에 중점을 둔 거죠.
패션 디자인이라는 것은 무형의 생각이 구현되어 소비자의 옷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형의 생각을 꺼내는 역할, 즉 그 시작을 디자이너가 한다고 볼 수 있어요. 기업은 효율을 가장 우선시하고 수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단순히 미술, 창의 영역의 직무라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해요.
저는 ‘LYNN’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고, ‘Keith’라는 브랜드도 만들었지만, 결국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김경희’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나의 모든 행동이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맥락으로 직장 생활과 개인 사업에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후배분들이 살면서 항상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처럼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충실히 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