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박성원 & 한채원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귀여운 손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소개할 두 명은 이번 졸업 컬렉션을 위해 직접 펜을 들었다. 긴 입시기간을 거쳐 대학교에 오기까지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다르다.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그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다. 이들은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그리고 그 그림과 패션 간의 관계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박성원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항상 그림과 함께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곧 즐거움이었고, 온전히 나와 그림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사랑했다.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미술대학 진학을 결심했던 나는 ‘빠르게’,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패션을 공부하면서도 여전히 입시가 남기고 간 두려움과 강박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그림을 사랑하기에 나는 그걸 깨고 싶었고, 성적을 위한 그림이 아닌 나의 감성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어린 시절 느꼈던 즐거움, 곧 ‘나를 위한 그림’으로 둘아가기 위해 나는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완전히 내려놓고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컬렉션의 주인공인 ‘사랑 요정(Love fairy)’은 그 낙서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귀엽고 디테일이 많은 캐릭터였으나, ‘악몽(Nightmare)’이라는 스토리가 들어오면서 초기와는 조금 다른 현재의 ‘사랑 요정’ 이 탄생했다. 스토리를 상상하고, 캐릭터를 만들고 나니 다음 한 장을 그리는 것이 수월해졌고, 그려낸 장면들을 변형하여 다시 패턴으로 만들었다. 컬렉션에서 드로잉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프린트가 정교하게 나오는 것이 중요했고, 효과적으로 옷에 표현하기 위해 DTP(Digital Textile Printing)기법을 선택했다. 마음에 드는 색상과 크기가 나오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거의 20년간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 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잘 몰랐고 알아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대학생활은 패션을 공부하는 동시에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패션과 그림을 공부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를 잃지 않으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졸업이라는 마지막 지점에 서있지만. 앞으로의 수많은 선택에 있어 패션에서 배운 이 가치와 깨달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가보지 못한 길 앞에 서있는 모든 졸업생들에게 패션에서 배운 두근거리는 당신의 취향을 잃지 않고 어딘가에서 꼭 빛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채원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라는 말에 대한 반박에서 컨셉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절대 혼자서 살 수 없고 누군가와 2인 1조가 되어 공생하며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그 누군가는 연인, 친구, 동료 등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 속에서 ‘인생은 2인 1조다’라는 문장을 슬로건 삼아 컬렉션을 전개했고 2인 1조의 상대방을 상징하는 키워드인 ‘소울메이트’를 컬렉션의 주제로 잡게 되었습니다. 예고 입시부터 미술학원 강사까지 10년동안 그림을 꾸준히 그리다보니 디지털 툴 보다는 손으로 상상을 구현하는 일이 더 익숙해서 직접 그림을 그렸습니다. 소울메이트와 시너지를 뿜을 때 나오는 에너지의 유기적 이미지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고, 비정형적이지만 정돈되어 보이고 유기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아르누보 양식의 작품들을 보며 자유 곡선들을 참고하였습니다.
드로잉으로 표현한 이미지들을 디지털화 하여 DTP 작업을 통해 원단으로 만들었는데, 맘에 드는 퀄리티의 DTP 원단을 얻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했어요. 프린팅 하기 전 원단을 선택할 때 부터 혼용률이 폴리 100%인 원단을 찾아야 했고, 화면에서 보는 컬러와 DTP 작업을 통해 나오는 원단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샘플컬러를 확인하며 수정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습니다. 또한 원단에 먼지가 붙어있으면 열에 의해 변색이 일어날 수도 있고, 프린팅 파일보다 원단 크기에 여유가 부족하면 프린팅이 잘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점들이 많았습니다. 제 작업은 절개가 있으면서 옷에 전체적으로 프린팅이 들어가는 디자인이어서, 절개에 맞춰 프린팅의 위치를 맞추는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패턴 사진을 일일이 찍어 포토샵에서 비율을 맞춰 계산해 위치를 맞추느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졸전이 끝나면 열심히 작업하여 결과물을 얻어낸 그래픽 프린팅 작업물을 응용해서 모션그래픽과 3D그래픽 작업도 해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