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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Ways of Fashion: Heavy Magazine 창립자 & 포토그래퍼

2022

Heavy Magazine 창립자 & 포토그래퍼 금시원

 

본인 소개와 근황이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포토그래퍼 금시원입니다. 2018년부터 여성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Heavy Magazine의 창립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 브랜드 인터내셔널 팀에 합류해 디자인과 콘텐츠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외주나 개인 작업도 물론 하고 있고요. 작년인 2021년 Heavy Magazine의 ‘MANUAL MODE (매뉴얼 모드)’ 프로젝트 이후 12월부터는 쉬는 시간을 좀 가지며 지냈습니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셨지만 전향하는 데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같은 의상 디자인과 학생들도 각자의 성향이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패턴을 잘 뜨는 친구, 소잉을 잘하는 친구, 콘텐츠에 강한 친구, 상상력이 뛰어난 친구 등등. 저는 어릴 때부터 취미로 필름 사진을 찍어왔고, 이게 직업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요. 교양으로 패션 사진을 수강하기도 하고, 선배들의 브랜드 룩북 촬영도 하면서 “나는 옷을 만드는 것보다 옷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더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품이 생기고 나서 그 후반 작업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었던 거죠, 저는.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연출이 함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매거진도 그 바운더리에서 가능한 일이라 시작하게 됐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인터내셔널 팀에서 일하는 날에는 다른 분들처럼 출근을 하고요. 보통은 작업에 필요한 일들을 하거나 쉽니다. 팬데믹 이후로 다들 그렇듯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됐어요. 일상적으로는 밥을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소소하게나마 자기 계발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인만의 작업 루틴이 궁금해요.

 

촬영이 잡히면 보통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한 후에 레퍼런스를 찾고 기획을 잡아갑니다. 팀 작업인 경우가 많아 전반적으로 콘셉트가 흐트러지지 않게 조율하면서 가지치기를 하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 가닥이 나오면 필요한 조명 세팅을 정하고, 그에 맞게 타임라인을 짜요. 촬영 후 필름 스캔을 하고, 디지털 저해상을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면 셀렉이 오고, 그 후 보정 작업에 들어가요. 피드백이 있으면 일정 횟수 내로 수정을 해서 드립니다.

 

기획 단계에서 특히 염두에 두는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엄청 실험적이지는 않지만 또 그렇게 커머셜한 작업을 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무해하고 예쁘고 감성적인 사진보다는 대중에게 납득될 만한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초점이 나간 사진일 수도 있고, 삐딱한 자세일 수도 있고, 위압감일 수도 있고, 막연한 이상함일 수도 있어요. 그 비율이 크든 작든 전복적인 지점이 있는 작업이 되길 바라요. 클라이언트에게 이를 설득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례일 수 있는 질문인 줄 알지만 혹시 프리랜서로서의 페이 산정 기준을 알 수 있을까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최소한 하프데이와 풀데이 촬영 기준으로 얼마를 받아야 할지 알게 돼요.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의뢰할 때 앞뒤 설명 없이 “룩북 하나 찍는데 얼마나 드나요?”라고 물어요. 일이 처음인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촬영 일은 기성품을 파는 것이 아니고, 내가 들이는 품과 촬영 유형에 따라 너무 달라서 단순히 몇 시간, 몇 컷으로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없어요.

또 촬영 페이를 들었을 때 “고작 하루 촬영하는 게 그만큼 들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촬영을 하기 전 기획, 준비 단계, 촬영, 후반 작업 등 하나의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요. 경력과 유명세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지만, 저는 이런 작업 시간을 고려했을 때 디자이너들이 받는 최소 산정 금액을 기준으로 참고하기도 해요. 사진계에는 이런 기준 단가가 없거든요.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일반인인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인지, 메이저 브랜드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들의 사용 용도에 따라서도 달라요. 이런 걸 전반적으로 ‘볼륨’이라고 하는데, 저도 아주 적은 금액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조금씩 제 작업의 가치를 높이고 있어요.

 

작업 기반이 궁금해요. 리서치와 직관 중 어느 것을 더 신뢰하시나요?

 

둘 다 가져가는 편입니다. 원래는 직관 쪽이었는데 점점 리서치의 비중도 커지는 것 같아요. 촬영의 볼륨이 커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해요. 그래도 막상 촬영 때가 되면 직관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치밀한 리서치는 단지 오차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준비와 같아요. 어차피 레퍼런스랑 절대 똑같이 나올 수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되니까요.

 

리서치 중 자주 참고하게 되는 소스가 있을까요?

 

평소에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브랜드와 아티스트를 많이 체크하는 편이고, 영화나 영상에서도 자주 소스를 찾아요.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사진이 꼭 사진으로만 끝나지는 않으니까요.

 

특별히 어떤 것들이 시원 님을 고취시키는지 궁금해요. 소위 명작이라는 것들 중에서도 유난히 와닿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기준이 궁금해요.

 

낭만적인 따뜻함, 단순한 아름다움, 정서적 개방성. 이 셋은 Jamie Hawkesworth가 찍는 사진의 정의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제 사진에는 없는 정의예요. 마지막 하나는 열려 있을 때도, 닫혀 있을 때도 있지만요. 제가 고르고 걸러 놓은 사진들에서 보이는 정의는 삶에서의 치열한 투쟁과 크고 작은 전복입니다. 제가 찍은 사람들과 제가 보는 시선들은 단순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아니며, 스스로도 사람들에게 그런 감상을 전할 생각이 없습니다. 모델이 웃고 있는 사진조차도 커다랗고 격렬한 싸움으로 느껴져요.

 

시원 님은 본인의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세상의 멋진 사람들을 소개하는 일.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이 무엇인가요?

 

모델 ‘하나’와 작업한 사진들입니다. 그녀는 여태까지도, 앞으로도 최고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의 자유로움과 그 힘은 영원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4학년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일과 직업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기. 조급함 없이 멀리 보고 유연함을 가지기.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